누군가 여행이란 평범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내가 속하지 않은 외지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의 삶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여행은 자신의 일상은 물론 전체 삶에 대하여 재정립하는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여행을 규정한다면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그리스 여행이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여행은 이테네에서 부터 시작된다. 아테네는 유럽의 출발점이 된 고대 그리스의 심장인 곳이다. 그리스를 방문한 여행자들이 첫발을 내딛는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는 그리스 인구의 3분의 1이 살아가는 그리스 정치 · 경제 · 문화의 중심지이다. 그리스는 그리스라는 도시 속에 유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적 속에 그리스라는 도시가 위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뒷골목 식당 옆에도 귀하디 귀한 유물들을 스쳐지나가며 볼 수 있는 곳이다.
아테네의 대표 얼굴이자 그리스 고대 유적지의 랜드마크인 「아크로 폴리스」, 아테나 파르테노스(처녀신 아테나)’를 모시던 신전인 「파르테테논 신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열변을 토하던 「아고라」, 드라마와 연극을 공연했던 고대 극장 등 아테네를 여행한다는 것은 수천년 전의 고대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비록 부숴진 유적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찾을지라도 여행자로서는 모두 이해하지 못할 세월의 깊이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아테네이다.
「아크로폴리스」는 해발 150m 높이에 위치한 고대 그리스의 도시로 아테네의 대표 얼굴이자 그리스 고대 유적지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는 ‘가장 높은’ 이라는 ‘아크론’과 ‘도시’라는 ‘펄리스’의 합성어로서 「가장 높은 도시」라는 뜻이다. 「아크로폴리스」는 고대에 신전이 세워져 있는 성역이자 도시국가 방위의 요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장소라고 한다.
언덕 제일 위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과 「에레크테이온 신전」을 비롯해 언덕 전체에 여기저기 유적들이 흩어져 있다. 주요 유적들은 아테네의 최고 전성기였던 기원전 5세기 무렵 페리클레스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아테네 유적지 중 나를 처음으로 맞아 준 곳이「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이다.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은 「아크로폴리스」 남서쪽 기슭에 있는 야외 음악당으로서 아티카의 대부호이자 로마의 귀족이었던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세상을 떠난 아내 레기나를 추모하며 세운 극장이라고 한다. 161년 완공하여 아테네시에 기증된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은 지붕과 벽으로 둘러싸인 6000석 규모의 실내극장이었으며 전 객석이 대리석으로 꾸며졌을 만큼 건립 당시에는 초호화판 극장이었다고 한다. 이민족의 침입으로 파손되어 오랫동안 원형을 잃은 채 방치되어 있다가 1952년에 객석과 무대 부분을 복원해 지금과 같이 원형극장으로 재탄생되었다고 한다. 현재 실제 공연장으로도 활용되고 잇으며 특히 6~9월에 열리는 아테네 페스티벌 기간에는 각종 연극과 콘서트, 오페라, 그리스 고전극 등이 상연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8월의 아테네 햇볕은 그냥 곱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따갑고 강렬하다. 이글거리는 햇볕은 마치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내 피부를 찌른다. 그러나 잠시 여행자의 피난처가 되어 줄 그늘과 몸을 식혀 줄 시원한 바람이 있어 여정의 추진력이 만들어 진다.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에서 잠시 바람의 달콤함도 느끼고 아테네 시내 풍경을 조망한 후, 외부 침략을 대비해서 사방이 낭떨어지인 절벽 위에 지은 성인「아크로폴리스」에 접어든다.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통과해야 하는 문이 있는데 바로 「블르의 문」이다. 현재 「블르의 문」은 아크로폴리스의 입구로 사용되고 있으나 로마시대인 3세기 중반에는 헤룰리 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방어용 성벽의 일부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블르의 문」을 지나 계단을 잠시 오르면 왼편에 볼 수 있는 건물이 「아그리피 기념비」이다. 기원전 178년 페르가몬 왕국의 예우메네스 2세가 판아테나이아 제전의 전차 경주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것이라고 한다.
「블르의 문」을 지나 「프로필라이온」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오른쪽을 올려다 보면 작은 신전이 보이는데 이 건물이 바로 「아테나니케 신전」이다. 「아테나니케 신전」은 「프로필라이온」을 통과하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건물이다. 「프로필라이온」을 통과하면 그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이 나타나기 때문에 「프로필라이온」부속 건물인 양 조그마하게 서 있는 「아테나니케 신전」에 주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신전은 아테나인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장소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테나가 바로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승리한 기념으로 세운 신전이기 때문이다.
「블르의 문」을 지나면 시원한 대리석으로 웅장하고 거대하게 만들어진「프로필라이온」을 만난다. 「프로필라이온」은 「아크로 폴리스」의 유일한 출입구로서 「파르테논 신전」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다. 「프로필라이온」은 「아크로폴리스」의 정문 역할을 하던 건물로서 북쪽 날개에 해당하는 왼쪽 건물과 남쪽 날개에 해당하는 오른쪽 건물사이를 통과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프로필라이온」을 통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프로필라이온」넘어 「파르테논 신전」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라이온」은 정면에는 묵직하고 남성적인 느낌의 도리아식 기둥을 세우고, 안쪽에는 우아하고 섬세한 이오니아식 기둥을 세운 것이 특징이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도리아식 기둥과 소용돌이 장식이 있는 이오니아식 기둥의 연속으로 이어진 20여m 통로를 지나다보면 오른 쪽에는 「파르테논 신전」이 왼쪽에는「에레크테이온 신전」이 보인다.
「프로필라이온」을 등지고 아래를 바라보면 「아레오 파고스 」언덕을 볼 수 있다. 「아레오 파고스 」언덕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서북면의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언덕으로 ‘아레스 신의 언덕’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아레오 파고스 」언덕에 귀족들의 회의장(평의소)이 있었기 때문에 「아레오 파고스 」언덕은 이 위치를 가리키는 동시에 그 기구를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의 대표적 문화유산은 뭐니 뭐니 해도 「파르테논 신전」이라고 할 수 있다.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수호신이자 지혜 · 전쟁 · 기술의 신인 ‘아테나 파르테노스(처녀신 아테나)’를 모시던 신전으로, 서양 문명의 뿌리가 되는 고대 그리스 문명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이다. 유네스코의 마크가 바로 이 신전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이「파르테논 신전」이 대단히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직접 찾아가 본 사람은 물론이고 가보지 않은 사람들의 기억에도 그 모습이 뚜렷이 박혀 있는 이 신전은 하얀 대리석으로 지은 건물이다. 지금은 기둥과 보만 남아 있지만 원래 그 건축적, 조형적 완성도가 빼어나서 서양 건축사에서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에 우뚝 솟은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데 멀리서 보면 공중에 가볍게 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가까이 갈수록 그 웅장함에 압도됨을 느낄 수 있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아테네의 전설적 왕 에레크테이온의 이름을 딴 신전으로 BC 421~406년에 건립되었다. 비잔틴시대에는 교회로, 프랑크 지배하에는 궁전으로, 오스만투르크 지배 때는 하렘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대표적인 이오니아 양식의 신전으로 아름다운 여섯 소녀상 기둥이 특징이다. 이 소녀상은 ‘카리아터데스’라고 하는데 여섯 소녀상 기둥 중 하나는 영국의 엘긴 경이라는 사람이 불법 반출해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하고, 나머지 5명의 소녀상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아크로폴리스」의 「에레크테이온 신전」의 소녀상은 가짜(복제품)라고 한다.
「파르테논 신전」 앞에는 대형 그리스 국기 게양대가 세워져 있고 게양대 위에서는 파란색 바탕위에 흰색 십자가와 줄무늬가 돋보이는 그리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 곳은 「아크로폴리스」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성벽 위에서는 과거의 화려했던 고대 문명의 영화를 간직한 채 현대 문명을 품고 있는 아테네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295m의 바위산인
「리카피투스 언덕
」이 우뚝 솟아 있는 아테네 전경이 그림같이 펼쳐져 보인다. 파란 하늘과 하얀 건물들 그리고 주황색 지붕이 서로 어우러져 여행자로 하여금 왠지 모를 정겨움을 주는 풍경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스 국기가 펄럭이는 아크로폴리스 성벽에서 내려다 보면 아테네 시 중심에 신전 하나가 서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 것이 「제우스 신전」이다. 「제우스 신전」은 아테네 중심지에 있는 거대한 유적으로 그리스 신화의 최고 신인 제우스를 기리는 신전으로, ‘올림피에이온(Olympieion)’이라고도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독재적인 참주가 국가를 지배하던 시기인 BC 6세기에 아테네의 정치가인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짓기 시작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중단되었고 이후 650여 년 후인 AD 2세기 로마제국 황제 하드리아누스(117∼138) 때에야 완공되었다고 한다. 로마시대에는 그리스에서 가장 큰 신전으로 유명했지만 3세기경에 이방인들의 침략으로 약탈당해 이후 복원되지 못했으며 로마시대가 끝난 후 수세기 동안 안타깝게 신전 석재가 파내져 아테네 밖의 다른 건물들을 짓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 남쪽 성벽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성벽 바로 아래에 야외 원형 극장을 볼수 있는데 「디오니소스 극장」이다.「디오니소스 극장」은 1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극장으로 드라마와 연극을 공연했던 장소라고 한다. BC 6세기에 만들어져 여러 세대를 거치며 극장의 면모를 갖춰갔다고 한다. 돌로 만든 좌석과 형태는 BC338-324년에 추가된 것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좌석이 등받이가 없는 형태인데 유일하게 맨앞줄 67개 좌석만 등받이가 있다. 당연히 이 좌석은 상류층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아테네의 오밀조밀한 하얀 집들 사이로 우뚝 솟아오른 절벽위에 아크로폴리스가 웅장하게 서 있다. 비록 화려한 과거의 영화는 사라지고 그 부숴진 흔적만 아련하게 남아 있지만 그 흔적만으로도 압도될 만큼 아크로폴리스의 모습은 여행자로 하여금 경외감에 빠져들 만큼 충분했다. 그리스인들에게는 물론 다른 어느 누군가에도 여기 아크로폴리스는 신이 존재하는 땅이었다. 아크로폴리스를 오를 때 어디선가 서로 아테네의 수호신이 되겠다고 싸우던 아테나와 포세이돈이 나타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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