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 다섯쨋 날! 오늘은 프라하를 떠나 폴란드 오시비엥침(Oświęcim)으로 향한다. 오시비엥침(Oświęcim)은 폴란드의 옛수도인 크라쿠프 서쪽에 자리잡은 작은 공업도시이다. 오시비엥침(Oświęcim)하면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이 곳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 된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히틀러가 세운 세계 최대의 수용소이자 바로 그 악명 높은 집단학살수용소인 아우슈비츠(Auschwitz) 강제 수용소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처형된 사람들은 유대인, 로마인, 옛 소련군 포로, 정신질환을 가진 정신장애인, 동성애자, 기타 나치즘에 반대하는 자들이었다고 하니 나치가 세운 강제수용소 중에서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즉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는유대인만 감금하여 학살한 유대인만의 비극적 장소가 아니라 나치의 이익에 반하는 유럽의 다양한 사람들을 학살한 곳이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 곳이 유대인 깅제 수용소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고 폴란드 레지스탕스나 지식인들을 강제로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본격적으로 1942년부터 전유럽의 유대인들을 감금하고 학살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1945년 소련군에 의해 해방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는 그 후 그대로 방치되었다가 1947년에 박물관으로 조성되는 것이 결정되었고, 현대에서 가장 참혹한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장소 중 한 곳인 이 곳은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수용소 안으로 들어 가면 나치들의 만행을 볼 수 있는 사진과 희생된 분들의 사진, 수용소에서의 생활모습 등을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된 공간을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 적인 것은 어느 방에는 안경테만 가득하고, 어느 방에는 그릇들로 가득하고, 어느 방에는 구둣 솔, 어느 방에는 머릿카락이 가득차 있는 것이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갔을 어떤이의 손 때가 묻은 안경과 가족들과 둘러 앉아 오손 도손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을 식기, 그 누군가를 위해 본인을 위해 거울 앞에서 곱게 빗질을 했을 어느 소녀의 머릿카락이 한 인간의 반 인륜적인 사고에 의해 무참히 짓발혀 전시실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울컥하며 가슴이 저미어 온다. 전시실을 돌아보는 발갈음 한발한발이 너무 무거움으로 다가온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아우슈비치에서의 나치의 천인공노할 만행에 대하여 폴란드는 철저하게 응징하였다. 아우슈비츠에서 학살에 관여한 독인군들을 대부분 색출하여 재판에 회부하여 처벌했고, 그 중 중요한 책임자 중의 한사람인 루돌프 히스(Rudolf Hoss)를 아우슈비츠 내의 처형장(아래 사진) 에서 본보기로 처형하였으니 이 것을 인과응보라고 해야 하는지 권선징악이라고 해야 하는지. 우리 나라가 일제 잔재 청산을 못해 그 후 왜곡된 역사에 의해 많은 아픔을 겪었고 현재까지도 그 슬픈 상처가 계속되는 것과 비교가 된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어디인들 아픔과 고통이 서리지 않은 곳이 없지만 어느 장소보다도 고통과 아픔이 곳곳에 베어 있는 곳은 바로 가스실일 것이다. 가스실 안의 벽에는 곳곳에 손톱자국이 새겨져 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손톱자국을 보는 순간 그 곳에서 몸부림치던 사람들의 고통이 느껴져 몸서리가 쳐졌다.
이렇게 과거를 올바르게 청산하고 뼈아픈 과거의 기억을 숨기거나 묻어버리지 않으며 오히려 그 것을 승화시켜 교훈으로 삼고자 치욕의 장소인 아우슈비츠를 유명 관광장소로 만들어 폴란드인만이 아닌 전 인류와 공유해 역사의 학습 장소로 만든 폴란드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또한 너무 부럽기까지 하다. 폴란드와 비슷한 억압과 핍박으로 점철된 아픔을 견뎌야 했던 우리로서는 그동안 과거를 뒤돌아보기 보다는 새로운 것만 추구하며 이념적 잣대로 판단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과 함께 반성의 기회를 갖는다. 어느 나라의 역사든 '찬란함'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역사 속에는 항상 '슬픈 과거'도 늘 존재한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현재는 물론 발전된 미래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슬픈 과거'를 제대로 마주할 줄 알아야 한다.
아우슈비츠의 슬픔을 뒤로한 채 폴란드의 수많은 역사가 상처로 남겨진 크라카우(Krakow)로 이동하여 크라카우중앙시장을 들렀다. 폴란드크라카우 중앙광장은 정부정책에 힘입어 해마다 약 900만명이 찾는 폴란드 최대의 관광명소라고 한다. 중앙광장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두개의 높은 탑이 양쪽에 우뚝 솟아 있는고딕 양식의 성모마리아 성당(St. Mary's Basilica)이다. 이 성당은 13세기에 처음 지어졌고 14세기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중앙광장이 크라카우의 문화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다양한 축제와 기념행사가 이 곳에서 열려 시기를 잘 맞춘다면 폴란드의 민속춤인 마주르카를 비롯한 이색적이고 다양한 폴란드의 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크라카우 중앙광장의 중앙을 지키는 것은 중앙시장 건물이다. 중앙시장 건물 내부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데 대부분 폴란드 특산품인 호박 관련 귀금속을 파는 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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