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보스니아 여행 여섯!(피란)
47km의 해안선을 가진 슬로베니아에서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바닷가 마을 피란. 피란은 슬로베니아의 남서쪽에 자리한 항구도시이다. 남쪽으로는 크로아티아, 북쪽으로는 이탈리아와 접해 있다. 피란 구시가에는 돌이 깔린 좁은 골목이 뻗어 있고, 오렌지색 지붕의 집들이 빼곡히 들어 서 있다.
피란(Piran)은 이탈리아와 마주하고 있어 도시의 모습과 정취가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도시로 들어서면 바닷가에 줄지어 늘어선 하얀 요트들이 여행자를 맞아 준다.
마을의 중심이 되는 타르티니 광장은 베네티아 인이 들어왔던 13세기부터 발달된 곳으로 피란 출신의 작곡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주세페 타르티니(Giuseppe Tartini) 이름에서 유래해 광장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항구에서 바로 연결되는 원형의 타르티니 광장에는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타르티니 동상이 있고 타르티니 호텔, 타르티니 기념관등이 있다. 이 외에 법원, 시청사, 베네티안 하우스가 나란히 들어서 있으며 하얀 대리석과 나무들로 채워져있는 광장은 여름에 여러 공연이 열리며 마을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한 손엔 바이올린을 다른 한 손엔 활을 들고 있는 주세페 타르티니 모습을 보니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지는 듯 하다.
피란의 골목은 아기자기하고 소박하다. 골목길을 따라 이리저리 따라가다 보면 서민의 정서가 물씬 풍겨난다. 나는 이런 골목이 너무 좋다. 이런 골목은 왠지 포근하다. 이국적이지만 이국적이지 않게 왠지 고향의 품에 안긴 것 같다. 고즈넉한 농촌 마을의 집집마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밥짓는 냄새가 어스름에 피오르는 그런 서정적인 친숙함이 있는 곳이다.
골목 골목 사이에서 수공예품 매장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피란의 풍경을 종이나 엽서에 그림으로 담아낸 공예품부터 엽서, 냉장고 자석 등을 감상하며 유유히 걷다 보면 어느샌가 돌담길에 들어선다. 천천히 오르다 보면 조그마한 언덕 위에 독특한 성당과 눈 아래는 붉은 지붕이 보이기 시작한다.
골목을 따라 오르다 보면 외관이 독특한 성 조지 성당(Cerkev Sv. Jurija)이 나타난다. 1344년 세운 성당으로, 피란 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위에 있다. 성당회 옆에는 종 4개가 있는 성 유리야 종탑이 있고, 15분마다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종탑은 개방되어 있고 올라가면 피란의 구시가지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피란은 슬로베니아 남서쪽 아드리아해에 면한 해안 도시로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와 멀지 않아 두 나라의 풍경과 닮았다. 13세기부터 18세까지 베네치아 제국의 일부였기에 그 영향으로 '작은 베네치아'로 불리기도 한다. 베네치아 고딕 양식을 한 붉은 지붕의 주택과 좁은 골목길, 성곽 위에서 풍경은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작은 언덕위의 성 조지성당 앞 성곽이야말로 피란을 만끽하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 멀리 푸른 바다에서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냥 성곽 난간에 턱을 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행복은 오롯하게 채워지고, 애쓰지 않아도 피란의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새파란 아드리아해와 붉은 지붕들을 얹은 건물들이 조화를 이뤄내 사진을 안찍고는 못 베긴다. 이곳에서 오른쪽을 보면 크로아티아고 왼쪽을 보면 이탈리아다.
아드리아 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피란 항구를 만날 수 있다. 왼쪽에는 넘실대는 짙푸른 바다가 있고 그 옆으로 붉은 지붕의 베네치아 풍과 지중해 풍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아드리아 해변에는 수영을 즐기는 현지인과 휴양객들로 에너지가 넘쳐 난다.
피란에는 편안함과 신비로움으로 가득차 있는 듯 하다. 잠시 들르는 여행자의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는 피란이라는 도시는 그 만큼이나 내게 엄청난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파란 어디든지 발길이 머무는 곳이라면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순간순간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