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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여행 다섯! 신탁의 땅 델피

powernomics 2018. 8. 19. 12:04

     나의 운명을 누군가가 알려준다면 인생이 어떨까? 

 

     그리스 역사를 통틀어 가장 신성한 땅을 꼽으라면 그리스인들은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델피(Delphi)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델피(Delphi)」는 하늘과 지하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온 세계의 중심이라 여겼던 장소인 것이다. 사람들은 수천년 동안  델피(Delphi)에 가면 무엇인가 마술같은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어왔다. 그리고 지금 나역시 뭔가 특별한 순간을 꿈꾸며  델피(Delphi)」로 향한다.

 

▲  델피(Delphi)지구 출입구, 입구에서 박물관도 함께 볼 수 있는 통합 티켓을 구입한 후 입장하면 된다. 

 

     델피 고고학 박물관」은 1881년부터 프랑스에 의해 발굴된  델피(Delphi)」의 고대 유물들이 전시된 박물관으로서 14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곳에는 BC 8C부터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유물로는 낙소스의 스핑크스, 쌍둥이 클레오비스와 비톤, 전차 모는 청동 마부상, 안티노우스, 옴파로스(배꼽, 자궁이라는 의미), 화려한 도리아 양식의 기둥 등이 있다. 아폴론 신에게 정성들여 바친 공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테네의 고고학 박물관의 규모보다는 작다고 한다. 그러나 전시된 유물들이 매우 수준 높고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

 

 

▲ 델피 고고학 박물관

 

 

▲ 시프노스 보물창고의 동쪽 페디먼트와 프리즈

 

       

 

                            ▲ 쌍둥이 클레오비스와 비톤                                   ▲ 황금과 상아로 만든 아폴론상

 

 

 

     

                              ▲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                             ▲ 소떼를 훔쳐 오는 폴리데우스케스와 카스트로 형제

 

                        ▲ 황금과 상아로 만든 아르테미스상

 

▲ 시프노스 보물창고의 동쪽 프리즈

 

▲ 시프노스 보물창고의 서쪽 프리즈

 

     기원전 560년경에 만들어진 낙소스인의 스핑크스상은 원래 아폴론 신전의 남쪽 아래쪽에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아르카이크시대에 가장 부유하고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났던 낙소스인들이 아폴론 신에게 봉헌한 작품으로 높이 12m의 이오니아식 기둥 위에 장식되어 있었다고 한다. 얼굴 부분은 다소 훼손되 있지만 좌우 대칭인 몸통이나 깃털 무늬가 새겨진 날개들은 온전하게 보전되어 있다.

 

      

                                     ▲ 낙소스의 스핑크스                      ▲ 낙소스의 스핑크스 상이 원래 서 있던 원주의 복원도       

    

 

    

 

 

      델피를 세계의 중심이라고 여긴 그리스인들은 아폴론 신전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인 아디톤 성소에 옴파로스를 놓아 두었다. 아디톤 성소 외에도 델피 성역 여기저기에 세계의 중심임을 알리기 위해 옴파로스의 복제품을 놓아두었는데, 현재 델피 고고학 박물관에 남아 있는 것은 그 중 하나로 추정된다.       

 

  

   ▲ 델피 성역에서 발굴한 '세계의 배꼽' 옴파로스

     4년마다 델피에서 열린 피티아 제전의 승자들은 자신의 영광을 신에게 돌리며 아폴론 신에게 감사의 봉헌물을 바쳤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아기아스 대리석상이다. 아기아스는 기원전 5세기경 열린 피티아 제전의 레슬링 종목의 승리자로 그의 출신지인 테실리아의 다코스 2세가 그의 우승을 기리며 리시포스가 제작한 조각상을 봉헌했다고 한다.

       ▲ 아기아스의 대리석상

 

 

    

 

       ▲ 아폴론신전 제단을 장식하는 여사제들의 모습을 묘사한 부조                                            ▲  은으로 만든 황소상

 

 

 

        

 

                                           ▲ 안티노우스상                                              ▲ 화려한 도리아 양식의 기둥                            

 

  전차를 모는 청동 마부상은

기원전 478년 고대 그리스의 고대국가 젤라의 군주인 폴리잘로스가 피티아 제전의 전차 경주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바친 청동상이라고 한다.  전차를 끄는 네마리의 청동 말과 마부상이 하나의 세트인데 전차를 끄는 네마리의 청동 말이 마부상과 분리되어 유출되었다고 한다. 콘스탄티누 황제가 전차 경기장을 장식하기 위해 가져갔던 것을 제4차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점령할 당시 단델로가 베네치아로 다시 반출하였다고 한다.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성당 앞에 놓여 있었지만 지금은 성당 안에 별도 전시관을 만들어 전시 중이라고 한다.

 

        

 

▲ 전차를 모는 청동 마부상

 

     신탁의 성지인 델피 성역을 파르소스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파르소스 산은 그리스의 포키스 지방에 솟아 있는 높이 2457m의 석회암으로 된 산으로서,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시와 음악의 신 아폴론과 뮤즈의 고향이기도 하다. 파르소스산 남쪽 산허리는 일명 ‘빛나는 바위’라는 파이드리아데스(Phaidriades)라고 부르는 암벽이 반짝이고 있다. 남쪽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이 절벽에 반사되어 델피 신탁 성역을 더욱 빛나게 한다. 이 암벽 산을 배경으로 프레이스토스계곡을 거쳐 멀리 고린도만의 바다를 바라보는 절경을 이룬다.

 

 

 

 

     델피 지구 출입구를 들어서면 아폴론 신전까지 오르는 구불구불한 길이 펼쳐진다. 이 길을 「 성스러운 길」이라고 한다.  「성스러운 길 로마 시대에 아고라로 사용했던 유적 입구에서부터 언덕위에 있는 아폴론 신전까지 신탁을 받기 위해 올라가던 길이다. 지금은 그저 메마른 길이지만 당시에는 갈지자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200m 구간의 오르막 길 양쪽에 각 도시국가들이 신탁의 대가로 바친 조각상, 기념비, 보물창고 등 각종 봉납 기념비들이 가득하였다고 한다.

 

 

 

▲ 성스로운 길

 

     「성스러운 길」에는 여러 개의 보물창고가 발견되었다. 그 중 아테네인의 보물창고」는 도시국가들이 바친 보물창고 가운데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보물창고로서, 1904년에서 1906년 사이에 프랑스의 고고학회가 복원하였다고 한다. 세로 10m, 가로 6m로 지어진 보물창고 입구에는 도리아식 기둥 2개가 세워져 있다. 아테네가 기원전 490년 마라톤 전쟁에서 페르시아 군에게 승리한 것을 기념하면서 아폴론 신에게 바친 보물창고라고 하는 설과 BC 6C말~5C초에 참주정치를 넘어 민주주의를 이룬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세워졌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  아테네인의 보물창고

 

   「아테네인의 스토아」는 아폴로 신전이 있는 중앙에 위치한 스토아로 페르시아 전쟁 승리 이후 BC478년에 지었다고 한다. 이오니아 양식의 8개의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지붕은 목재로 만들어졌으며 내부에는 아테네 시민들이 봉헌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하단 부분만 그 흔적으로서 남아 있다.

▲ 아테네인의 스토아

 

     신탁의 가장 중요했던 장소는 피티아(무녀)가 신탁을 박기 위해 앉아 있던 장소인데 그 곳이 바로 세마리의 뱀이 청동기둥으로 받치고 있는 트리푸스(세발 의자)이다. 그 트리푸스(세발 의자)의 흔적이 아폴론 신전 바로 옆에 위치한 청동기둥으로 남아 있다.

     그리스가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며 아폴론 신전에 세운 것을 비잔티움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전차 경기장을 장식하기 위해 가져갔다고 한다. 제4차 십자군 점령 당시 황금 트리푸스부터 사라졌고, 뱀머리 하나는 오스만 제국을 정복한 후 100년 안에 사라졌고 나머지 2개는 1700년경에 사라졌다고 한다. 1700년경 잘려진 뱀의 머리는 한동안 행방이 묘연하다가 1847년에 일부가 발견되어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에 보관되었다고 한다. 기둥의 나머지 부분은 현재 이스탄불의 술탄아흐메 광장에 남아 있다.

 

▲ 뱀의 기둥 : 세마리의 뱀이 황금 트리푸스(세발릐자)를 받치고 있던 청동 기둥의 하나

                                             

 

 

 

 

 

 

 

 

 

 

 

 

     그리스인들은 델피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제우스신이 세계의 중심을 향해서 동쪽과 서쪽으로 두마리의 독수리를 날려 보냈는데 두 독수리가 만난 장소가 델피라고 한다. 그 장소가 '세계의 배꼽'이라고 하는 옴파로스」고 실제로 1913년에「옴파로스」라는 돌이 발굴되었다. 그러나 이후 도난을 당해 현재는 행방불명 상태라고 하고 지금 놓여 있는 것은 모조품이라고 한다. 하지만옴파로스」가 모조품임에도 델피를 방문한 여행객들은 다들 한번 만져보고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 것은 아마도 현재 자신이 세계의 중심에 섰다는 자부심때문이 아닐까? 

 

 

 

▲ 세계의 배꼽이라고 하는 옴파로스(실제가 아니라 모조품이라고 함)

 

     「아폴론신전은 파르나소스산의 중턱에 걸쳐 있으며, 이곳을 옴파로스라고 하여 세계의 중심이라고 여겨졌다. 아폴론의 신탁을 받는 장소였던 아폴론신전」은 델피 유적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델포이의 유적 입구에서 꺾어져 「성스러운 길을 따라 올라가면 볼 수 있다.

     기원전 6세기 경 신전이 지어졌을 때는 38개의 웅장한 도리아식 기둥이 길이 60m, 23m의 신전을 둘러싸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6개의 기둥 일부와 토대 부분만 남아 있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내뿜는 절벽위에 우뚝 서있는 신전을 보면서 그리스 최고의 신탁 성지였던 이 곳의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델피의 신탁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쓴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왕’에도 등장한다. 아폴로 신전에서 테베의 왕 라이오스의 아들이 장차 아버지를 살해하고 왕비, 즉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이 나왔다. 이에 놀란 라이오스는 양치기더러 갓 태어난 아들을 산에 내다버리라고 했다. 그러나 그 양치기는 아이를 코린토스의 왕에게 갖다 주었고, 코린토스 왕은 그 아이를 입양하여 키웠다. 자기의 출생을 모르는 오이디푸스가 장성한 뒤에 자기에게 걸린 신탁을 듣고는 아버지라고 알고 있는 코린토스 왕을 죽이게 될까봐 코린토스를 떠나 테베를 향해 갔다. 그런데 길에서 우연히 만난 라이오스를 강도라고 생각한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를 죽이고 만다. 테베에 다다라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테베를 재난에서 구원한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이 되고, 라이오스의 미망인 이오카스테와 결혼을 하여 자녀 넷을 두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해 테베에 전염병이 돌자 델피의 신탁에 따라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의 살해자를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살인자가 남이 아닌 오이디푸스라는 것이 밝혀지자 이오카스테는 목매어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찔러 실명하고 만다.  
     비운의 주인공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떠올리며 델피 언덕을 올라가 아폴론 신전을 굽어 보았다. 위에서 내려다 본 「아폴론 신전은 비록 기둥 6개에 불과한 허물어진 폐허의 신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성스러움과 장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폴론 신전

 

    「아폴론 신전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원형 극장이 자리잡고 있다. 「아폴론 신전이 신과 통하는 곳이라고 한다면 원형극장은 예술을 통해 정신을 정화시키는 곳이라고 한다. 원형 극장은 BC 4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서 총35열로 5,000석 규모이다. 원형극장은 그리스 시대에 4년마다 열렸던 피티아 제전에서 음악 경연대회가 열렸던 장소라고 한다.

   기원전 4세기에 지어진 것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나온 긴 세월에 비하면 보존 상태가 아주 훌륭했다. 현재도 여름철이면 음악 연주회나 연극 공연이 열리는 야외 공연장으로 활용된다니 이방인으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아폴론신전 위쪽에 위치한 고대 원형극장

 

 

▲ 고대 경기장으로 가는 길

 

      원형극장 위로 이어진 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델피 성역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고대 스타디움이 나타난다. 고대 스타디움은 BC5세기 만들어졌으며 경기장의 규모는 길이가 177.5m, 폭 25.5m이며, 관중석은 1.3m의 높이에 위치하고 있다. 고대 스타디움」은 그리스 시대에 4년마다 열렸던 피티아 제전의 스포츠 경연대회가 열렸던 장소라고 한다. 아쉽게도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제한되어 경기장을 밟아보지는 못하였다.

 

 

 

▲ 고대 스타디움

 

 

     고대 그리스인에게 델피를 방문한다는 것은 자신 또는 국가의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아보고, 다가올 미래의 예측을 갈망하고자 하는 소망 여행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와 목표를 신의 관점에 비추어 보고자 하는 반성과 성찰의 여행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심정으로 수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아폴론 신전을 찾아 왔으리라. 미지의 어둠 속에서 밝은 지혜를 얻고자 했을 그리스인들의 간절한 기원을 생각하니 델피에 서 있는 나 자신이  경건함에 빠져들게 된다.